나의 제주도여행 패턴 변화
처음 제주도를 방문한 것은...1997년 봄, 대학교 졸업여행이었다. 아직 해외여행이 활성화되기 전이었으므로 제주도는 럭셔리 신혼여행지로 각광받았다. 당시 내기준으로 제주도 여행에 따른 경비가 강원도여행의 2배가 넘었다. 왕복항공료가 여행경비의 절반을 차지하고 숙박료, 식비 등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래도 처음타본 비행기...내륙과는 느낌부터 다른 이국적인 관광지에 대한 기억으로 "나도 결혼을 하면 여기로 신혼여행와야겠다"고 다짐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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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방문은...2006년 직장동료들과 인천항에서 밤에 오하마나호를 타고 새벽에 제주도에 도착해서 한라산 백록담에서 인증샷을 찍고, 저녁배를 타고 다음날 아침 인천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당시 기억으로는 여행비용이 배삯 및 버스비, 도시락 및 식대 포함 9만원이었다. 이후로도 2014년에 4월에도 인천에서 제주도에 갔었는데, 제주도여행을 하는데 있어서 배를 타고 가는것도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3일인가 4일 후 내가 이용했던 세월호가 침몰하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세번째 방문은 2008년에 역시 직장동료들과 2박3일 일정으로 왔는데, 절물휴양림에서 숙박을 하면서 산굼부리, 섭지코지, 외돌개 등을 돌아다녔다. 예약경쟁이 치열하기는 하지만 가족단위의 관광객이라면 관광호텔보다 휴양림의 이용을 추천한다.
이후부터는 일년에 한번씩 또는 서너차례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 비수기 주중에 시간만 잘 맞추면 강원도행 버스비보다 저렴하게 항공을 이용할 수 있었고, 렌트카 과다경쟁으로 인하여 서울지역 1일 렌트비용으로 제주도에서 3박4일 이용하기도 했다. 극단적인 제주도 짠내투어를 할 때, 3박4일 일정으로 16만원에 다녀오기도 하였다.
여행경비가 저렴해지면서 제주도를 자주 방문하게 된 것도 사실이지만, 제주도에 대한 호기심으로 옆집 드나들듯 했었다. 봄에 용눈이오름을 올라서 좋았던 기억에 가을에 오면 어떨까? 저녁에 오면 어떨까? 하는 궁금증에 용눈이오름만 5차례 이상 방문했던 것 같다. 한라산을 올라도 봄에 오르는 한라산과 가을에 오르는 한라산이 너무나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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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30차례 이상 제주도에 방문하면서 나의 여행패턴에도 변화가 생겼다.
1. 렌트카여행에서 뚜벅이여행으로...테마여행...그리고 방콕스타일(호캉스)로...
제주도는 한두번 방문할 줄 알았다. 처음 방문 때는 아직 운전면허 따기 전이라 단체여행으로 성산일출봉, 용두암, 우도, 성읍마을(제주민속촌) 등을 관광했다. 우르르 몰려가서 인증샷찍고 정해진 시간에 버스에 탑승해서 다음 관광지로 출발하는 전형적인 패키지 여행이었지만...처음이라 모든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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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를 딴 후에는 처음에는 협재해변(한림공원), 마라도(모슬포항), 외돌개, 천지연폭포 등의 유명관광지를 위주로 돌아다녔다. 렌트카를 빌려서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제주시에서 시계방향으로 애월-한림-사계-산방산-표선-성산-종달리-월정리로 일주를 했고, 그에 따라 숙소도 애월-중문,서귀포-성산 순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그 당시에도 제주도는 자주 올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인증샷을 찍기 위한 필수코스 위주로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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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투어에 대한 노하우가 생긴 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빈도도 많아졌다. 버스카드 1만원 충전하면 2박3일 넉넉히 돌아다닐 수 있었다. 올레길이 인기를 끌면서 뚜벅이여행을 즐기기 시작했다. 렌트카를 이용하면서 올레길을 걸으려면, 걷다가 다시 돌아가거나 다음 코스에서 택시나 버스를 이용해 렌트카 주차한 곳으로 돌아가야 하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장시간 걸은 후에 운전을 해야하는 부담감 때문에 올레길을 걸을 때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였고, 사려니숲길을 걸을 때에도 그렇게 하였다. 렌트카를 이용하면서 좀 더 많은 여행지를 돌아보려는 시간과의 전쟁을 했다면, 뚜벅이 여행은 시간이란 비행기 탈 때 외에는 별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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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10회 이상 여행하면서 더이상 볼 게 뭐가 있을까 하겠지만, 380개가 넘는 오름들이 있고, 계절별로 유채꽃, 산수국, 억새(핑크뮬리), 동백꽃을 보는 재미도 있다. 오름탐방이나 카페탐방, 배낚시 및 감귤체험 등의 테마여행도 재미있다. 제주도를 돌아다니면 아기자기한 식당과 카페들을 자주 보게되는데, 우리나라 맛집과 까페의 90%는 제주도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같은 장소도 계절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당일 비행기를 타고 무계획으로 와도 참 좋은 곳이 제주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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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관광보다는 휴양 위주의 여행이 좋더라. 조용한 곳의 숙소에서 제주도의 바람소리, 파도소리를 듣고 있는게 좋다.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무작정 걷는것보다 경치좋은 곳에 앉아서 한두시간 멍때리는 경우도 많다. 여행의 묘미는 의외성에 있는데, 계획한대로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보다 돌발변수에 따라 계획이 변경되는 것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맛집을 찾아 헤메다가 배고파서 아무 식당이나 들어갔는데 너무 맛있게 먹었던 기억...정자에서 30분만 자야지 했다가 두시간 이상 잠들어서 저녁 즈음에 깼는데 인생 풍경(노을)을 발견한다던지...그런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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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흑돼지에서 김밥까지
제주도여행 초창기에는 제주도에 가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는 흑돼지, 은갈치, 자리물회, 보말칼국수 등을 먹었다. 그러나 제주도를 갈 때마다 매번 같은 메뉴를 먹는게 싫었다. 식비는 얼마나 사악한가? 고사리해장국, 고기국수, 회국수, 두루치기 등도 자주 먹었고, 식당가기 귀찮을 때에는 그냥 숙소에서 라면에 삼각김밥을 맛있게 먹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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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는 김밥천국같은 프렌차이즈보다 오는정, 다가미, 김만복 등의 김밥맛집이 있는데, 나홀로여행이나 한라산 등반, 올레길 걸을 때 참 유용하다. 생각없이 걷다가 경치좋은 곳에서 멍때리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때 가방 안에서 생수한병과 김밥 몇줄 꺼내서 먹기에 좋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김밥은...사려니숲길 봉개동 입구 예전 주차장에서 푸드트럭에서 할머니가 판매하던 김밥이 지금도 생각난다. 나중에 제주도에 다시 방문했을 때 일부러 사려니숲길을 들러서 김밥을 사곤 했는데, 지금은 주차장이 없어지면서 할머니가 운영하던 푸드트럭도 어디를 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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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숙소를 고를 때 기준은?
젊을 때는 숙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잠만 잘 수 있으면 되었다. 그래서 저가 관광호텔이나 민박,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이용했다. 예약이 힘들어서 그렇지, 휴양림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나홀로 여행을 다닐 때에는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를 주로 많이 이용하고, 동료들이나 가족들과 갔을 때에는 펜션이나 휴양림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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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츰 가성비가 좋은 호텔들을 이용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때로는 통크게 4성급 5성급 호텔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나홀로 여행을 다니는 경우가 많아 비용의 부담이 있지만, 일년에 한번 나에게 보상을 한다는 의미에서 이용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나혼자 이용한 4,5성급 호텔 중에 가장 기억이 좋았던 호텔은 제주시의 캠퍼트리 호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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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보다는 휴양을 위주로 하다보니 숙소 부대시설, 특히 수영장과 조식뷔페를 운영하는 호텔을 선호한다. 특히 일년에 한번 나를 위한 보상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호텔은 수영장과 조식뷔페가 있어야 한다. 호텔의 생명은 수영장과 조식페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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