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29. 22:37ㆍ경상도
지리산 청학동 산자락에 있는 삼성궁...
네번을 찾아갔던 삼성궁...
처음 갔을 때는...2004년을 기억한다.
마고성을 지나 숲길을 지나 삼성궁 문 앞에서
징을 치면 흰 두루마리를 입은 사람이 나와 문안으로 안내했다.
문안은 동굴같이 캄캄했는데,
20~30미터 정도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면 갑자기 환해지면서 새로운 세상에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2010년 두번째 갔을 때에는 쌍계사를 들렀다가 빠른길로 간다고 차로 회남재를 넘다가 죽는 줄 알았다.
구불구불한 고갯길...차한대 통과할 그 길을 운전하면서 맞은 편에서 차가 오지 않기를 예수님께 기도했다.
그러나 시간이 늦어서 삼성궁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청학동에서 사진찍고 청뫼향식당에서 대통밥 먹고 갔던 기억이 있다.
2013년 8월...딸과 함께 찾아갔다.
처음 갔을 때의 문앞의 징은 망가져있었고, 흰두루마리를 입은 사람이 나오지도 않았다.
그래도 터널을 통해 들어간 삼성궁은 여전히 좋았다.
빽빽한 단풍나무들을 바라보며 가을에 오면 얼마나 예쁠까? 궁금하기도 했다.
2020년 11월...네번째로 삼성궁을 향했다.
이번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하동 신 버스터미널에서 11시에 청학동행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그런데 버스가 인상적이었던 것은...버스안내양 같은 직원이 동행한다는 것...
이 직원은 어르신이 버스에 타고 내리는 것을 도와주는데,
짐을 들어주거나 짐을 어르신 집근처에 내려주고, 졸고있는 어르신을 깨워 내리도록 도와주더라.
운전기사도 어르신을 태워서 그런지 급정거 급출발 없이 천천히 운전을 하는게 좋았다.
12시에 청학동 종점에서 내린 후 버스정류장의 시간표를 보니 2시간 이상 여유가 있었다.
종점에서 삼성궁까지는 걸어서 15분...삼성궁을 천천히 구경해도 두시간이면 넉넉했다.
그런데...네번째 방문한 삼성궁은 많이 변해버린...어색한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징은 사라졌고, 터널도 없어졌다.
빽빽하던 단풍나무숲도 건물이 들어서면서 많이 잘려졌고
그나마 남아있던 단풍나무도 바싹 말라있었다.
삼성궁까지 비포장 숲길은 차가 통행할 수 있는 편리한 길로 변했지만 바위들도 깍여나갔다.
무엇보다 관우, 단군 등의 초상화 앞에 다이소에서 샀을 것 같은...양초모양의 전기등과 와인병...
여전히 아름답지만 감동이 사라져버린 삼성궁...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