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또다른 섬이야기

2021. 3. 25. 23:48제주도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면적이 서울면적의 3배에 달하기에 제주도 사람들은 자신을 육지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섬사람은 우도, 마라도, 가파도 등의 거주민들일 것이다.

각 섬들은 나름의 매력이 있고 그 매력을 내 주관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

 

1. 상술이 만들어낸 마라도 자장면

자장면 시키신 분!” 모 통신사광고에서 이창명이 마라도와 독도에서 외치던 말이다. 마라도와 독도에서도 자사 통화가 가능하다는 내용의 광고인데, 이 광고가 빅히트를 치면서 마라도에 자장면 거리가 생겨나기도 하였다.

마라도를 한바퀴 도는데 30분 정도 소요된다. 성당이나 등대 등을 둘러보고 자장면 맛이라도 볼 생각이면 2시간 정도 머무르는 것이 적당하다

이 광고가 있기 전 마라도는 대한민국 최남단이라는 지리적인 상징성을 가지기에 사람들이 많이 찾던 섬이다. 마라도에는 모든게 다 예쁘다. 하늘도, 바다도, 성당도, 등대도, 학교까지 대충 찍어도 예쁘게 나온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남단 기념비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데, 태평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재미있는 모양의 마라도 성당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그럼 자장면 맛은? 그닥...차라리 우도의 산호반점이 훨씬 맛있다. 일반 자장면과의 차별을 위해 톳이나 미역, 전복, 동남아산으로 의심되는 왕새우 등을 고명으로 올리기도 하는데...자장면을 먹고도 끝까지 남기는게 톳과 같은 해초들이다.

마라도에서 일박을 하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것 같다.

 

2. 인기만점의 관광지, 우도

제주도를 와서 꼭 한번은 들른다는 섬 우도...내 첫 번째 제주도 여행에서도 성산일출봉과 함께 우도를 둘러보는 일정이 있었다. 소가 누워있는 형상이라는 뜻의 섬 우도에는 즐길거리가 많다. 올레길을 걸어도 되고 버스투어도 재미있다. 자전거나 전기자동차 등을 이용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검멀레 해변에서 보트를 타는 것도 추천한다. 보트의 스피드를 온몸으로 느끼고 해안동굴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탐험하는 기분도 든다.

소가 머리를 동쪽으로 향하고 누워있는 형상이다. 돌출된 바위가 소앞발 발굽처럼 생겼다.
검멀레해변으로 내려가면 걸어서 해안동굴로 갈 수도 있고, 보트를 이용하여 절벽 쪽의 동굴에 다녀올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섬이라 그런지 인스타그램에 다양한 맛집과 카페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도의 특산물 땅콩으로 만든 아이스크림은...맛에 비해 가격이 너무 사악하다.

봉끄랑의 레인보우버거...맛있는 버거이기는 하지만, 그냥 눈으로 먹는 버거이다.

언제 기회가 된다면 우도에서도 동쪽에 해당되는 비양도에서 캠핑을 해보고 싶다.

3. 주민의 일상이 관광자원이 된 가파도

최애관광지 가파도...마라도나 우도에 갈 때의 설레임은 없지만,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이다. 섬을 한바퀴 걷는데 한시간이면 충분하다. 섬 전체가 평평해서 자전거를 빌려서 구석구석 다닐 수도 있다.

첫번째 가파도를 방문했을 때에는 청보리 수확이 다 끝난 상황이었다.

가파도에는 마라도의 지리적인 상징성도 없고 우도의 서빈백사 해변 같은 핫한 곳도 없다. 그런데 가파도가 유명한 것은 청보리...가파도 주민들 대부분 어업에 종사하면서 청보리는 씨앗만 뿌리고 자연이 알아서 키우도록 하였는데, 이게 대박이 났다. 청보리를 보러 온 관광객들이 가파도만의 매력에 빠져 재방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가파도 올레길을 걸으면서 제대로 힐링을 한다. 개인적으로도 고창이나 청산도의 청보리보다 가파도 청보리밭이 더 좋다.

두번째로 가파도에 찾아갔을 때에는 청보리가 많이 남아있었다. 바람불때마다 입체적으로 들리는 청보리 흔들리는 소리가 참 좋다.

4. 협재해변에서 바라보는게 더 예쁜 비양도

협재해변을 아름답게 해주는 섬 비양도. 우도와 연결된 섬 비양도와 같은 이름을 공유한다. 협재해변에서 바라보는 비양도는 보석처럼 아름답기에 방문하고 싶어진다.

그런데 비양도를 걸어본 후에 우도와 같은 아름다움도, 가파도와 같은 감동도 없었다. 섬이 전체적으로 관리가 안되었다는 느낌에다가 중국에서 흘러온 괭생이모자반으로 비양도 뿐 아니라 제주도 어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데, 관광객의 입장에서도 심한 악취에 코를 막고 지나가야 하는 구간도 있었다.

협재해변에서 다시 바라본 비양도...가까이에서 볼 때는 약간의 실망도 있었지만, 멀리서 보니 여전히 아름답더라.

5.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는 무인도 차귀도

관광객보다 바다낚시객들이 선호하는 무인도...한때는 주민들이 살았던 섬이다. 차귀도 관련한 여행상품은 크게 세가지이다. 차귀도 잠수함이 있고, 배낚시 체험이 있고, 차귀도 유람선을 이용할 수 있다.

배낚시체험이 쏠쏠한 재미가 있는데, 낚시바늘에 새우 등의 미끼를 끼워 바다에 내리면 고등어 등을 쉽게 잡을 수 있다. 한시간에 10마리 이상 충분히 잡을 수 있는데, 중간에 미끼만 따먹고 도망친 물고기들을 포함하면 20차례 이상의 손맛을 느낄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하기에도 재미가 있다.

차귀도 유람선을 이용하면 2시간 정도 차귀도에 머물수 있도록 하는데, 차귀도 주민들의 집터, 주민들이 세웠다는 등대 등 사람의 흔적이 남아있는 차귀도를 즐길 수가 있다.

독수리가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려는 형상의 바위

6. 제주의 느낌이 없는 섬. 현대적인 추자도

제주항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섬이다. 제주도에서 추자도를 관광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930분 배를 타고가서 1630분 배를 타고 나오는 것이다.

추자도에는 우도나 가파도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무암 돌담도 없고 제주스럽지 않다. 오히려 남해나 거제도에 더 가까운 느낌이었다.

추자도에 방문하여 놀란 게 세 가지가 있다. 우선은 섬의 규모가 꽤 큰데 놀랐다. 식당, 민박집, 카페, 편의점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었고, 문화공연장과 제법 크고 예쁜 초등학교도 있다.

더럭초등학교가 연상되는 추자초등학교

그리고 섬이 매우 깨끗해서 놀랐다. 길이 잘 포장되어 있었고 낮은 산이지만 봉골레산 정상까지 사륜구동 차로 올라갈 수 있겠더라. 게다가 휴지하나 떨어져 있지 않고 선착장에서는 흔히 맡을 수 있는 바다비린내도 나지 않는다.

봉골레산 정상에서 바라본 상추자항

세 번째로 놀란 것은 추자도의 아찔한 나바론 하늘길이다. 트레킹 코스로 2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난이도는 한라산 영실코스보다 높고 고소공포증 있다면 그냥 봉골레산 등산으로 만족해야 할 것이다.